촛불의 추억 - 닥치고 꺼지세요!!

짜증이 극도에 달했다. 무더운 장마 날씨 때문에 온 몸은 끈적거렸다.
간간이 퍼붓는 빗줄기는 시원하기 보다는 마음까지 눅눅하게 만들었다.
앞사람이 들고 가는 촛불의 열기가 뒷사람에게 까지 전달되는 여름 밤이었다.
행진은 끝없이 이어졌고 누구도 불평없이 걸었다. 걸었다....
대의가 있었기에....

그 습하고 무거운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닥치고 꺼지세요!!"
지리한 행진에 작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목소리가 난 쪽으로 가보았다.
황망히 자리를 뜨는 노인들, 그 자리에 불덩어리 같은 20대 아가씨가 있었다.
짐작대로 였다.
"니가 입 다물고 있으면 되지, 어른들에게 무슨 소리야!"
남친이 잔소리을 했다. 내친김에 남친에게도 쏴 붙일 줄 알았는데 조용하다.

근처 개장한 지 얼마되지 않는 건물의 지하상가에서 물을 끼얹고 다시 행진을 계속했다.

내 나이도 40대 중반이니 나도 저런 소리를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 노인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가씨가 너무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에게 저런 소리를 듣지 않을 수도 있을까?

저들도 한때는 자신들의 주장이 맞다고 윗 세대들에게 강변한 적이 있을텐데....
최점단 정보매체인 신문들을 탐독하면서 아버지 세대의 생각이 틀렸음을,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그래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호소했을 터 인데....
이제와서 그들이 그러한 잔소리를 아랫사람들에게 들어야 하다니...

그들에게 있어 신문이나 뉴스가 최첨단 정보였다면
다음 세대에겐 인터넷이란 정보 매체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왜 모를까?
농사 밖에 모른 세대에게는 아들들의 신문이나 뉴스가 획기적이었듯이
인터넷의 다양하고 의견 교환이 가능한 매체가 얼마나 효과적인 지 왜 모를까?

그들이 3~40년 간 쌓아 온 지식, 정보와 축적된 경험들이 새 세상의 진로에 방해가 되다니....

행진을 하는 내내 이러한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도, 우리도 언젠가는 아래 세대들에게 저런 험악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저들과 같이 닫힌 사고에 빠지지 않을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지식, 정보, 많은 경험들은 분명히 소중하다.
한 개인의 역사이자 우리 모두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과거의 것이 반드시 미래의 열쇠일 수는 없다.

갑자기 중고등학교 시절 애국조회?가 떠올랐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에 가장 많았던 소재가 <온고지신>이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해석법이 있겠지만 대부분 <옛 것을 소중히 하고 아울러 새로운 것을 알려고 부단히 노력하라> 라고 배워왔다.

맞았어!
그 노인들은, 윗 세대들은 옛 것을 잘 알고 많이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알려는 노력은 멈추어 버린 집단들이지 않을까?
세상을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자만에 시력 감퇴에 따라 독서량은 줄어들고
새로운 컴퓨터와 인터넷은 어렵고 귀찮고 공포스럽고^^;
정보량이 한계가 있으니 아랫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그러니 그들의 눈에는 외계인- 빨간 외계인 - 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조금 밝아지는 느낌이다.

나보다 스물 대여섯 많은 친구?가 있다.
60년대 미국 유학가서 20년 가까이 생활도 하였고
그래서 그런지 내가 존경할 정도로 논리성과 합리적 사고를 가지셨다.
그런 분이 60대에 접어들면서 나하고 생각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70대에 이르러 빨갱이들은 다 쏴죽여야한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해야 할 가치를 못느낀다.

나보다 12살 많은 형님이 계신다.
독서량이 많은 데 대부분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장에 관한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그 시대에 얼마나 고생했는 지, 경제성장이 얼마나 위대한 지, 너희들은 모른다, 인터넷에 속고,
노무현 한데 홀리지 말고 정신 차려라!
거실의 컴퓨터는 먼지만 쌓여간다.

그 시대 사람들이 <낫 놓고 ㄱ 자도 모른다> 세대라면, <인터넷 두고 검색할 줄 모른다>가 요즘 대세.

꾸준한 독서와 인터넷의 검색을 통한 다양한 의견, 그리고 다양한 소통채널을 둔다면....
<닥치고 꺼지세요!!> 라는 비난은 비껴갈 수 있을까?

by 두두 | 2009/06/20 14:4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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